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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붙잡는 루틴

회사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날, 직장맘의 회복루틴!

by jiyoung_ssam 2025. 7. 23.

 

직장맘의 마인트컨트롤

회사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날, 내가 나를 놔버리고 싶은날..

그날은 정말 지쳤다. 회사에서 아침부터 꼬인 일정, 상사의 반복되는 피드백, 말없이 감당해야 했던 동료의 실수 뒷처리까지.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뛰어다닌 하루였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마음은 점점 말라가는데, 누구에게 티낼 수도 없었다. "다들 힘든데 너만 힘드냐"는 말이 들릴까 봐, 그저 웃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끝냈다.

퇴근길, 지하철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은 지쳐 보인다는 말조차 아까울 만큼 공허했다. '그래, 집에 가면 따뜻한 밥 먹고 좀 쉬자. 아이랑 포근하게 누워 있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자.' 그렇게 다독이며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이 나를 더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거실 테이블 위에 먹다 놓은 접시, 컵, 과자 껍질. 소파엔 정리되지 않은 옷가지, 아이 방엔 책이며 필통이며 다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에 눌러뒀던 감정이 퍽 하고 터졌다. “대체 왜 이걸 그대로 두는 거야? 집이 쓰레기장이야? 엄마는 뭐든 다 해주는 사람이야?” 아이를 향한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나도 멈출 수 없었다. 이미 회사에서 다 써버린 인내의 에너지가, 집안 풍경 하나에 무너져버렸다.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고, 이내 눈을 흘기며 나를 봤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말을 멈추고 화장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울었다. 한없이, 조용히, 말없이.

 

잠깐 멈춘 시간, 노트에 적은 문장 하나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는 엄마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고, 그냥 ‘지쳐버린 사람’이었다. 스스로도 너무 낯설고, 미안하고, 창피했다.

세수를 하고 나와 늘 꺼내놓는 작은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한 줄을 적었다.

“나는 오늘, 모든 걸 잘하려다 결국 아무것도 못 지켰다.”

그 문장을 쓰고 나서야, 내가 왜 그렇게 터져버렸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잘하려고 했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아이 앞에서도. 하지만 정작 ‘나’를 돌보는 시간은 단 1분도 없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한, 아주 작은 마인드 컨트롤

그날 밤 나는 계획도, 반성도 하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물 한 컵을 천천히 마셨다. 불 끄고 침대에 누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오늘도 충분히 잘했어. 비록 화를 냈지만, 그건 네가 나쁘거나 못나서가 아니야. 너무 오래 참고 있었을 뿐이야.”

그 말 한마디가 조금씩 나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앞으로는 감정이 터지기 전에, 매일 한 번은 나에게 묻기로.

“지금 너, 괜찮아?”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이기 전에, 살아 있는 사람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회사에서 완전히 소진된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집도, 밥도, 육아도, 잠시 멈추기로 했다. 아이에게 웃어주지 못한 날이 있어도, 남편에게 퉁명스러웠던 날이 있어도, 그건 내가 무너졌기 때문이 아니라, ‘살기 위해 잠시 멈춘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오늘도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나를 붙잡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모든 걸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다시 나를 안아주는 것. 그게 진짜 회복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