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무너진 날엔, 기록이 나를 지켜줬다 – 사춘기 아이와의 거리에서 깨달은 것
“왜 그렇게 말해야 돼?”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말투는 생각보다 더 날카롭고, 때론 낯설다. 오늘도 퇴근 후 힘들게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고 겨우 아이와 마주 앉았는데, 그날따라 표정도 말투도 차가웠다. 겨우 한마디 했을 뿐인데, “됐어. 말 안 해도 돼.” 라는 말이 날카롭게 돌아왔다.
그 순간 마음 한 켠이 무너져내렸다. 단순히 아이와의 대화가 틀어진 문제가 아니라, 마치 나란 존재가 아이에게 상처만 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루 계획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난 계속 무너졌을지도
그날 밤, 억지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꺼내든 건 감정 정리용으로 쓰던 작은 노트 한 권. 그냥 쓰기 시작했다. 툭툭 쏟아지는 말들을 적다 보니, 문장들이 이렇게 이어졌다.
“이 아이는 한때 내게 무한한 사랑을 주던 존재였다. 내 얼굴을 보며 웃고, 내 손을 꼭 잡고 자던 그 작은 아이였다. 그런데 나는, 그 아이에게 때론 화를 내고, 거칠게 말하고, 상처를 줬다.”
그 순간, 가슴이 저릿했다. 혹시 내가 그때 주지 못했던 다정함이, 지금 이 아이의 방어적인 말투로 돌아오는 건 아닐까? 내 안에서 '엄마로서의 죄책감'이 조용히 커졌다. 아이가 힘든 게 아니라, 어쩌면 내 마음속 아이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노트를 덮고 나서야, 조금 울 수 있었다
기록은 마법 같았다. 말로 꺼낼 수 없던 내 감정을 활자로 쏟아내자, 머리가 아닌 마음이 조금씩 정리됐다. “나는 엄마이기 전에, 그냥 한 사람으로도 힘들었구나.”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조금은 안아줄 수 있었다.
그날 밤 이후, 아이에게 먼저 말 걸어야지, 화내지 말아야지 같은 다짐 대신 나는 내 감정을 먼저 쓰고 다독이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를 대하듯, 나 자신을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하는 연습이었다.
오늘도 무너졌지만, 기록 덕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계획은 무너졌고, 하루는 엉망이었지만 단 한 줄이라도 감정을 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지켜준 유일한 루틴이었다.
아이와의 대화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대화는 예전보다 조금 더 편안해졌다. 그게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혹시 오늘도 마음이 무너졌다면, 말로 꺼낼 수 없다면 당신만의 노트에 단 한 줄이라도 써보세요.
“나는 오늘도 견뎠다. 그리고 내일 다시, 붙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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