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를 붙잡는 루틴

메모의 배신? 수없이 메모하고도 아무것도 기억 못 했던 내가 바꾼 단 한 가지

by jiyoung_ssam 2025. 7. 16.
메모의 배신? 수없이 메모하고도 아무것도 기억 못 했던 내가 바꾼 단 한 가지

메모의 배신? 수없이 메모하고도 아무것도 기억 못 했던 내가 바꾼 단 한 가지

우리는 끊임없이 메모합니다. 회의 시간에는 상사의 말을 놓칠세라 받아 적고, 책을 읽다 감명 깊은 구절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마트폰 메모 앱을 켭니 다. 그렇게 쌓인 메모장과 노트는 수십 권. '나는 이렇게 열심히 기록하고 있어'라는 뿌듯함을 느 끼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어디에 적어뒀는데..."라며 메모장을 뒤적이다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메모의 배신'에 좌절하곤 합니다.

바로 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메모하는 사람이었지만, 저의 메모는 그 저 '디지털 쓰레기'가 되어 쌓여갈 뿐이었습니다. 지식이 되지 못하고,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 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모에 관한 수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끝에, 저는 제 가 '무엇을' 메모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메모하는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저의 쓸모없던 '수집형 메모'를, 강력한 '생산형 메모'로 바꿔준 단 한 가지 결정적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나의 실패한 메모법: '복사+붙여넣기'식 저장고

과거 저의 메모 방식은 한마디로 '저장'이었습니다. 강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하는 행위' 그 자체였고, 나중에 다시 볼 것이 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 뇌가 생각하기를 멈춘다: 정보를 그대로 옮겨 적는 동안, 저의 뇌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타자기처럼 정보를 입력할 뿐, 그 의미를 해석하거나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 나중에 다시 보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방대한 양의 메모는 다시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더라도, 어떤 맥락에서 적어둔 것인지 기억나지 않아 쓸모없는 정보 덩어리에 불과했습니다.
  •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메모를 해두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지식을 내가 알고 있다는 '메타인지적 착각'에 빠졌습니다. 이는 진짜 학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었습니다.

내가 바꾼 단 한 가지: '연결'과 '생성'을 위한 제텔카스텐(Zettelkasten)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 열쇠는 바로 '제텔카스텐(Zettelkasten)' 이라는 메모법이었습니다. 제텔카스텐은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평생 70권의 책과 400 편의 논문을 쓸 수 있게 만든 전설적인 메모 시스템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그 핵심 철학은 아 주 간단합니다.

"메모를 '보관'하지 말고,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생각을 '생성'하 라."

저는 이 철학을 저의 메모 방식에 적용하기 위해, 메모를 할 때 다음과 같은 규칙을 세 웠습니다.


규칙 1: 하나의 메모에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만 (원자성)

더 이상 회의록 전체를 하나의 긴 메모에 담지 않습니다. 대신,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나 결정 사항 '하나'를 독립된 메모 카드 한 장에 기록합니다. 이렇게 잘게 쪼개진 '원자적 메모'는 나중에 다른 아이디어와 조합하고 연결하기가 훨씬 용이해집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작은 단위 로 만들어야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규칙 2: 내 언어로 다시 쓰고, 내 생각을 덧붙이기

이것이 가장 결정적인 변화였습니다. 책의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는 대신, 그 구절을 읽고 내가 이해한 바를 '나의 언어'로 바꾸어 적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이 아이디어를 보니 OOO가 생각난다', '이것은 OOO 프로젝트에 적용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부 분은 OOO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와 같이 나의 생각, 질문, 비판을 반드시 덧붙입니 다. 이 과정을 통해 수동적인 정보의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으로 정보를 가공하고 의미 를 부여하는 창조자가 됩니다.


규칙 3: 기존 메모와 '링크' 걸기

새로운 메모를 작성했다면, 반드시 이전에 작성했던 메모들 중에서 관련 있는 메모와 '링 크'를 겁니다. 예를 들어, '습관 형성'에 대한 새로운 메모를 작성했다면, 이전에 작성했던 '동기부 여', '뇌과학', '시간 관리'에 대한 메모들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옵시디언(Obsidian)이나 롬리서치 (Roam Research) 같은 디지털 툴을 사용하면 이 과정이 매우 편리합니다.)

이 '링크'를 거는 행위가 바로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던 아이 디어들이 연결되면서 예상치 못한 통찰이 떠오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성됩니다. 저 의 메모장은 더 이상 정보의 무덤이 아닌, 아이디어가 살아 숨 쉬고 스스로 성장하는 '두 번째 뇌 (Second Brain)'가 되었습니다.

마치며...
메모의 진정한 가치는 '기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있습니다. 당신의 메모는 혹시 잠들 어 있지는 않나요? 오늘부터라도 메모를 할 때,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정보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지? 이것을 통해 어떤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 작은 질문 하나가 당신의 메모를, 그리고 당신의 지적 생산성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더 이상 메모에 배신당하지 마세요. 당신의 메모를 가장 강력한 생각의 동반자로 만드세요.



메모법, 제텔카스텐, 생산성, 노트필기, 생각정리, 아이디어, 지식관리, 두번째뇌, 옵시디 언, 자기계발